바람: 그 시절, 우리가 살았던 세상
열여덟 인생에게도 약육강식의 세계는 존재했고 소년들은 그 속에서 남자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엄격한 가족 분위기에서 자란 짱구(정우)는 형과 누나와는 다르게 집안에서 유일하게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가족 안에서는 골칫덩이가 됩니다.
짱구의 학교 광춘상업고등학교는 교사들의 폭력과 학생들의 불법 동아리 간 세력 다툼으로 부산 내에서는 악명 높은 학교입니다. 고등학교의 아침 조회시간은 불량 학생들의 후배 물색으로 시작됩니다. 짱구는 입학 첫날 불법 동아리 '몬스터'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합니다.
학교 안에서 적응할 무렵, 학교폭력 가담을 이유로 짱구와 친구들은 유치장에 가게 됩니다. 짱구는 겨우 정학을 면하지만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는 불법 동아리 '몬스터'의 유혹이 기다립니다. 그렇게 '몬스터'의 후광을 업고 예쁜 여자 친구도 얻게 된 짱구입니다. 당당하고 멋있고 싶던 열여덟 살 짱구는 그의 바람대로 멋진 학생 시절을 보낼 수 있을까요?
힘들었던 1학년을 보낸 짱구는 2학년이 되자 후배들이 학교로 들어오게 됩니다. 중학교 친구들과 고등학교 후배와의 싸움을 계기로 선배들에게 폭행도 당하고, 짱구의 친구 영주는 2학년 복학생과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3학년이 된 짱구는 오히려 평범해져 감을 느끼고 불법 동아리에 가입한 것을 후회합니다.
아버지에게 흡연 사실을 들키고,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짱구는 아버지에 대한 죄송함과 학창생활에 회의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짱구는 학업과 운동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며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내심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을 것입니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던 짱구는 어느 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친구 필립과 함께 병원에 도착하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아버지는 숨을 거두게 됩니다.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짱구는 장례식장에서 환상을 보게 됩니다.
늙고 병든 모습이 아닌 초등학생 때의 짱구가 보던 건강한 검은 머리의 아버지가 짱구 앞에 나타납니다. 짱구는 여태 아버지에게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려 하지만 아버지는 알고 계셨다고 위로합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짱구는 이후 더 공부에 집중하여 서울의 한 대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주연배우 소개)
정우(짱구 역): 1981년 생, 데뷔작은 영화 '7인의 새벽'입니다. 영화 '바람'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 경험담을 토대로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했습니다. 영화 자체가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관객 수를 기록하였습니다(10만 관객). 전역 후 tvn의 대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연으로 열연해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손호준(영주 역): 1984년 생, 고등학교 시절부터 광주광역시 내 극단에서 활동한 연극배우 출신입니다. 이후 연극을 계속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고향 출신 정윤호(유노윤호)의 소개로 방송가에 처음 데뷔하였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긴 무명 시절을 거치며 조연, 단역 등으로 배우 활동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다 신원호 감독이 영화 '바람'을 보고 그의 연기에 감동해 '응답하라 1994'에 캐스팅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바람: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1990년대 한국의 모습을 잘 그려낸 영화입니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낮은 예산이 문제인지 일부 장면에서 잘못된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중반부에 나오는 오락실에서 그 시절에 출시되지 않은 게임인 'KOF2002'가 실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내에 등장하는 버스들이 모두 2000년대 이후에 나온 버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작은 오류이고 영화의 작품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실제 배경으로는 짱구를 연기한 배우 정우가 졸업한 고등학교인 부산상업고등학교(현 개성고등학교)를 썼으며, 영화 내에 등장하는 교복은 경남고등학교의 것입니다. 촬영은 두 학교에서 번갈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영주를 연기한 배우 손호준은 고향이 광주광역시입니다. 하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매우 자연스럽게 소화 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손호준을 처음 본 관객들은 손호준의 자연스러운 사투리 덕에 당연히 부산광역시 또는 경상남도 출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입소문을 통해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특히 남자) 본 영화라 실제 관객 수보다 인지도가 훨씬 높습니다. 영화의 별명은 '토렌트 1000만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 '바람'을 '바람(Wind)'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실제 제목은 '바람(Wish)'입니다.
영화 내에 삽입된 국악 느낌의 음악들이 인상적입니다. 음악감독은 정재일 감독이 맡았습니다. 천재로 불리는 정 감독은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셀 수 없다고 합니다. 가수 박효신의 명곡 '야생화' 및 그의 음악 파트너로 유명합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을 연출했습니다. 또한, 영화 '기생충'의 음악을 맡기도 했습니다.
바람: 눈물나는 주인공의 후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극 중 초반 화려했던 입학식과는 달리, 졸업식은 굉장히 썰렁한 분위기입니다. 친구들과 과거의 추억 이야기를 하다가 기념사진을 찍으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모두가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말에 짱구 역시 공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짱구는 그보다 더 전인, 아버지가 건강하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장면은 어느 영화보다 유쾌했고, 어떤 장면은 어느 영화보다 감동적이었습니다. 배우 정우의 연기 덕분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학창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불량 동아리 '몬스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보낸 시절들을 짱구는 후회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짱구는 아버지의 환상을 봅니다.
(장례식 중 대사)
아버지: 짱구 박사~
짱구: 아빠... 내는 잘 있다. 아빠, 나 진짜 아빠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아버지: 다 안다. 아빠, 걱정 안 한다.
짱구: 그럼... 됐다. 아빠... 내... 아빠 사랑한다...
짱구는 이전부터 아버지에게 자신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여 아버지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말하지 못했습니다. 짱구가 오열한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결국 말하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지나온 학창 시절. 빽빽이 채워져 있던 학창 시절 중 많은 것들은 잊혔고, 어떤 것들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잊은 것들 중 소중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또한 아직도 남은 기억은 어떤 기억인가요?
유쾌하지만 생각하게 하는 영화 '바람' 강력 추천합니다.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죄와의 전쟁(국내영화)-한국형 갱스터 영화는 제발 이렇게 (0) | 2021.10.10 |
---|---|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외국영화)-해리포터 시리즈의 새로운 전환점 (0) | 2021.10.06 |
기생충(국내영화)-아카데미를 휩쓴 대한민국 영화의 저력 (0) | 2021.10.05 |
인터스텔라(외국영화)-크리스토퍼 놀란, 이제는 우주 (0) | 2021.10.05 |
아수라(국내영화)-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인가? (0) | 2021.10.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