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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아수라(국내영화)-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인가?

by 공간연주자 2021. 10. 5.

영화 포스터

아수라: 모두가 나쁜놈, 그중에 최악은 누구인가?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습니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것은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의 약점을 쥔 독한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합니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 태풍의 눈처럼 되어 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고,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이 펼쳐집니다.

 

"인간들이 싫어요. 제가 경찰로 일하는 여기 안남시(Ahnnam City)도,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넘쳐납니다. 요즘은 재개발 열풍에 한몫 챙기려고 서로 물고 뜯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특히 안남 시장 박성배... 이 인간은요, 안남을 쌈 싸서 한입에 쳐드실라고 하세요. 당연히 반대파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매일매일 전쟁입니다... 전쟁... 저는요, 이기는 편이 내 편입니다. " -영화 도입부 한도경(정우성)의 독백  

 

 

(주인공 소개)

 

한도경(정우성): 경기도 안남경찰서 형사. 병석에 누워있는 아내의 이복오빠인 안남 시장 박성배와의 인연으로 박성배가 시키는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는 부패한 경찰입니다. 아예 경찰을 그만두고 박성배 수하로 들어가려 했지만 형사로서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박성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냈던 사표를 돌려받고 대신 부하 문선모를 박성배의 수행팀장으로 보냅니다. 병든 아내에 대한 정이 애틋하지만 동시에 담당 간호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등 아주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인물입니다. 잔머리와 임기응변이 상당합니다. 영화 끝에서는 박성배를 제거하지만, 직전에 본인 또한 박성배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박성배(황정민): 안남시 만악의 근원. 사고방식이나 하는 행동이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킵니다. 본인의 시장직 유지 및 재개발 이권 쟁취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정치인답게 선동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작 수하를 다루는 데에는 서투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웃으면서 대화하다가도 도중에 기분이 상하면 바로 정색하면서 욕을 합니다. 한도경이 박성배를 믿지 못하고 검사와 내통한 것도 박성배의 이러한 면모 때문입니다. 영화 후반부 한도경의 속임수에 속아 이마 한가운데에 총을 맞고 당황스럽고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사망합니다. 

 

문선모(주지훈): 한도경의 후배 경찰. 한도경이 사정이 생겨서 경찰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되자 대신에 문선모를 박성배 수하로 보냅니다. 초반에는 고지식하고 순진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권련과 돈의 맛을 알게 되면서 급속도로 타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파멸하기 직전 한도경에게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고 따지는데, 애초에 여러 번 돌아올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타락하였습니다. 영화 내내 악한 모습을 보여주며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지만, 한도경과 친분이 없는 경찰이었다면 착실한 경찰로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죽기 전에는 약간의 양심을 되찾고 죽은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혼자 살아남는 인물로 계획되었다고 합니다.)

 

김차인(곽도원): 경기도지방검찰청 특수부 3팀 검사. 박성배 세력에 정보력도 정치력도 뒤쳐지는 상황에서 한도경이 증인 납치와 살해를 진행했음을 알고 접근합니다. 박성배의 반대 세력인 안남시 재개발 위원회가 끌어들인 오철순 검사의 수하입니다. 학벌이 중요시되는 검사 사회에서 지방대 법대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하여 줄을 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번 실패하면 언제 제거될지 모른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또한 이권 다툼 때문에 싸움을 하고 있지 정의감 때문은 아닙니다. 마지막에는 비굴하게 박성배에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박성배가 충성심을 보이라며 살인을 지시하자, 실제로 죽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 점에서 기회주의적인 면모가 보입니다. 

 

아수라: 아수라가 무엇인가?

아수라(阿修羅), 축생계와 인간계 사이에 있는 중생입니다. 얼굴은 삼면이고 손은 여섯 개로, 원래 싸움의 신이었으나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불법을 지키는 신이 되었습니다. 싸움과 시비 걸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수라로부터 전생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아수라 중생들이 사는 세계는 서로 다투며 싸우는 곳입니다. 

 

불교에서 아수라는 힌두교에서 불교로 귀의한 신 혹은 귀신입니다. 인도 신화에서 아수라라는 이름은 특정한 개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종족명입니다. 각각의 아수라는 자신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처럼 흔히 알려진 머리 셋에 팔 여섯의 요괴가 아수라 입니다. 불교에서 육도의 하나인 아수라도(阿修羅途)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흔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아수라장'이라는 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영화를 감독한 김성수 감독은 영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를 제작한 감독으로 십수년간 그렇다 할 성과가 없었으나, 2013년 영화 '감기'로 흥행에 성공하며 재기한 감독입니다. 2016년 9월에 아수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미청년에서 미중년이 된 과거의 페르소나 배우 정우성, 최고의 인기를 가진 배우 황정민, 영화 '곡성'으로 연기력은 물론 주연배우로서의 가능성도 증명한 배우 곽도원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막상 개봉 후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으나 주연인 정우성의 연기와 전체적인 각본의 구성이 알차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준수한 평(6점~8점)을 받았으나 네티즌 평점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개봉 첫날, 47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오프닝 최대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이후 입소문이 좋지 않게 퍼져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350만 관객을 넘지 못하고 최종 259만 명으로 흥행에 실패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2018년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조폭과 정치인의 스캔들을 방영한 후 비디오(VOD) 판매량이 급증해 결과적으로 손익분기점은 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1년 9월 현재,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으로 영화화 당시의 성남시장이 다시금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평가가 급반전 되었고, 덕분에 아수라의 넷플릭스 국내 순위가 3등으로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이 점점 확대되어 가면서 김성수 감독의 근황을 걱정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수라: 배신 그리고 배신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영화 아수라는 기존 악인들이 등장하는 한국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보통 한국영화가 '권선징악'적 교훈을 주기 위하여 악인들이 처단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쾌감을 느끼게 하지만, 영화 아수라는 상황을 더 극한으로 몰고 갑니다. 실제로 숨도 못 쉴 정도로 갑갑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이 영화를 본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1997년 영화 '비트'의 주인공이었던 민이(정우성)가 어떤 삶을 살았길래 2016년 한도경(정우성)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선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마 김성수 감독이 정확하게 의도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통쾌함 보다는 통렬함" - 이투데이 비즈엔터 정시우 취재기자 

 

끊임없이 배신하고 폭력을 주고받으며 결국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영화 내내 관객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영웅이 등장해 악인들을 물리치는 진부한 스토리에 길들여져 있던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영화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시 볼 수록 재미있는 영화 '아수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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